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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해외여행/2013.10 리장

운남성 둘째날 2: 리장의 골목 -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삽질

by 어항님 2022. 11. 14.

4시간 걸릴 줄 알았던 하행은 전날과 달리 쉬엄쉬엄 걸었음에도 고작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나 버립니다.

멋진 경치를 보며 걷는 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다니 정말 아쉬워 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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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는 지점에 티나객잔이라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습니다.

중국 현대화의 상징마냥 아주 신식으로 지어져 있어 운치는 덜합니다.

다행히 창가 자리의 전망은 여전히 좋습니다.

 

티나객잔에서는 리장과 상그릴라로 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리장에서 호도협은 오전 7시, 호도협에서 리장으로는 오후 3시로 각각 한번 밖에 없습니다.

셔틀은 티나객잔으로 직접 예약도 가능하겠지만 중도객잔 같은 인근 객잔에서도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차비는 1인 55위안 우리돈 약 만원정도입니다.

참고 ----> http://www.yhachina.com/ls.php?id=108&hostID=2

 

 

저희는 천천히 걸어가더라도 넉넉잡아 오후 1시면 도착할 것 같고,

배낭객들은 모두 티나객잔으로 모이기 때문에 이곳으로 가면 리장으로 가는 건

어떻게든 해결이 될 것 같아 중도객잔에서 리장행 차편을 예약 하지 않고 갔습니다.

 

하지만 실제 티나객잔에 도착한 건 천천히 걸어도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서였고.

티나객잔에 리장가는 차편을 문의하자 오후 3시밖에 없다고 합니다.

 

 

4시간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다시 빵차를 불러야 하나...

왜 이렇게 생각한대로 안 되는 거지...

답답합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짧은 시간이지만 내려온다고 고생한... 아니 실은 어제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한이 맺힌 트래킹 하며 중간에 션한 맥주 마시기를 하기로 합니다.

 

 

 

 

2

 

 

 

산 아래로 내려오면 음식값이 싸질 줄 알았는데..

왠걸 5위안씩 더 비싸져 있습니다.

 

 

어쨌든. 누군가가 추천한 나시 샌드위치와 맥주를 주문합니다.

 

 

 

 

3

 

 

 

 

맥주를 마시며 저는 걱정이 많은데...

남편은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안 되면 빵차 부르면 되지'.. 하며 아주 천하태평입니다.

400위안이면 7만원 돈인데.... 울 남편은 참 돈 많아서 좋겠습니다.

저희집은 늘 저만 돈이 부족하고 없습니다.ㅠㅠ

 

 

 

3시 셔틀이라도 타야겠다 싶어 예약하려고 내려가니 그 사이에 만석이라 좌석이 없다합니다.

 

 

 

이때 등장한 두명의 영국청년과 한명의 중국청년 !!!!

 

 

매우 비쥬얼이 특이한. 그래서 어디서든 눈에 확~~ 들어오는 그런 아이들입니다.

못생긴 건 아니고 잘생긴 얼굴에 아주 패션너블합니다.

워낙 특이한 패션을 지향하는 청년들이라 자세히 봐야 잘 생긴 줄 압니다. ㅋㅋ

 

이 아이들로 말할 것 같으면.

어제 저희가 빵차를 타고 호도협 입구를 올라가고 있을 때 처음 본 트래킹족으로

커다란 배낭을 메고서는 힘겹게 두다리로 걸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나시객잔에서 밥을 먹고, 말을 타고 28밴드를 오를 때

 이들은 역시 두 다리로 힘겹게 28밴드를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젊었고. 우린 그 산을 두 발로 다 걷기엔 늙었기에

저희는 차안에서도, 말 위에서도 아무런 부끄럼 없이 당당했습니다.

 

 

이 아이들과의 인연은 결국 호도협 트래킹의 첨부터 끝까지입니다. ㅋㅋ

어쨌든. 이 아이들은 전날 티나객잔에 셔틀을 예약했는데 티나객잔에서

이미 다른 사람한테 좌석을 팔아 버린 것 같습니다.

중국인들의 신용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저희만 어제 신용 지킨다고 힘겹게 걸어갔습니다. ㅠㅠ

 

이 아이들은 화가 잔뜩 났고. 저는 어떻게든 이 아이들을 꼬득여서 같이 빵차를 대절해야 할 상황입니다.

 

어항 : 우리도 리장 가야 하는데 같이 빵차 구하지 않을래?

영국 패션남 : 얼마래?

어항 : 빵차 한대에 450위안이래. 4명이니깐 인당 110위안이면 될 것 같아

(중국 청년은 이미 버스를 예약한 상황임)

영국 패션남 : 오~~ 노. 넘 비싸. 버스비의 더블이잖아. 우린 호도협 입구까지 가서 버스타고 갈래.

 

 

너무나 단오하게 거절합니다.

아니... 이런.... 일이....

서양애들이 더 짜다더니...

하기야 젊은이들이야 돈이 없지 시간은 많고도 많으니...ㅠㅠ

 

 

근데 티나객잔 주인에게 물어보니 티나객잔에서 호도협 입구까지도 빵차를 타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호도협입구에 간다 하더라도 국경절 연휴라 리장가는 버스에 좌석이 남아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남편에게 이 상황을 얘기하니...그럼 그냥 영국패션남들에게 55위안씩 내라고 하고

나머지를 우리가 내고 빵차를 빌리자고 합니다.

그렇게 하더라도 우린 110위안을 아낄 수 있으니 그렇게 하기로 하고 다시 영국패션남들에게 갑니다.

 

영국 패션남들은 어찌나 키가 크신지 다시 고개를 올리고 대화를 합니다.

 

어항 : 있지... 내가 다시 제안할게.. 굿 뉴스야.

영국 패션남 : 우리도 굿 뉴스야. 같이 빵차 타기로 했어. 저 중국인도 우리랑 같이 빵차를 타겠대.

그럼 우리 각자 90위안씩만 내면 돼

 

하며 활짝 웃습니다.

 

 

아니... 이렇게 허무하게 해결이 되어 버리다니...

역시 티나객잔에 오니 결국 다 해결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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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빵차를 타고 호도협 입구까지 가서 빵차를 갈아탔는지 어쨌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ㅎㅎ

어쨌든, 호도협 입구에 가 보니 빵차를 대절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만약 티나객잔에서 빵차를 대절하지 못했더라도 호도협 입구에 가면 어떻게든 빵차를 구할 수는 있었을 것 같습니다.

 

 

7명 정원에 5명이 타서 여유있게 가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빵차 기사는 길에서 손들고 리장가겠다는 중국사람을 두명 더 태웁니다.

우리는 '그럼 이제 인당 65위안으로 되어서 나중에 25위안씩 돌렸받겠구나'. 싶어 중국인의 냄새를 꾹 참고 갑니다.

 

 

가는 동안 교통사고를 네번이나 목격합니다.

어제부터 느낀 거지만 중국사람들은 틈만 나면 추월을 하려고 합니다.

이날은 오후에 비까지 와서 길이 미끄러웠는데 추월하려고 과속하다 사고가 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영국인들과 우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습니다.

 

 

리장에 도착해서 빵차 기사는 길에서 태운 중국인들에게 차비를 받긴 했지만 우리에게 돈을 돌려주진 않았습니다.

제가 막 어이없어 하니 영국패션남들이 웃으며 한마디 하고 떠납니다.

"This is China"

 

아니... 아까 110위안이라 비싸서 못 타겠다는 짠돌이들이...

네. 그들은 이미 중국을 저희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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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제의 그 멋진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맘 같아선 욕조에 따뜻한 물 받아서 씻은 후 안락한 방에서 쉬었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아깝다며 잠시 나가서 저녁만 먹고 들어오자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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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크라운 플라자 호텔의 후문을 나서면 이런 골목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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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 사이를 걸어봅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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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가니 어랏! 먹자골목입니다.

정말 보기만 해도 침이 꼴딱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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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답게 커피전문점도 곳곳에 있습니다.

사실 중국인들은 차를 많이 마셔 북경에는 커피전문점이 잘 없었는데

리장은 신기하게도 커피전문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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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광장엔 옥수수를 주렁주렁 달아놓았습니다.

사람은 바글바글 합니다. ㅎㅎ

이 광장 주변이 전부 먹자골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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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을것인가 일단 둘러봅니다.

다행히 이렇게 샘플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중국어를 몰라도 주문이 어렵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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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언니네 가게에서 만두국을 주문합니다.

언니에게 팍치를 가리키며 두팔로 엑스자를 크게 그려 절대 넣지 말아 달라고 합니다.

언니는 웃으며 저희가 싫어할 만한 소스는 넣지 않고 적당히 조금씩 넣어 줍니다.

젤 오른쪽 작은 그릇의 노란 것은 콩나물입니다.

이 지역사람들도 콩나물을 먹다니 신기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시래기 같은 나물도 있고.

소스를 보면 김치 담글때 넣는 것처럼 고추를 빻아 놓은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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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다진 고추, 파. 토마토, 시래기 등을 넣은 만두국입니다.

중국에서는 전날 과음해도 해장할 국물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 칼칼한 것이 딱입니다.

실패를 걱정해서 한그릇만 주문해서 남편이랑 나눠 먹었는데 넘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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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맘에 한그릇 더 주문하려니

남편이 여기서만 먹으려고 하느냐며 더 둘러보고 다른데서도 사 먹자고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남편은 뭘 하나라도 더 보고 싶은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습니다.

전 카페 같은 데서 좀 쉬고 싶은데 이 사람은 그 시간도 넘 아까운 것입니다.

왜. 여행와서도 이렇게 바쁘게 다녀야 하는지...

이 사람의 여행패턴에는 불만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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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한참을 걷습니다.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사쿠라 카페도 지나갔는데...

리장이라는 고장과 어울리지 않게 카페에서 나오는 노래소리가 너무 커서 많이 거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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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조용하고 운치있는 레스토랑에 저희도 자리를 차지하고선

언제나처럼 맥주와 안주 몇가지를 주문합니다.

운하 옆의 노천 카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리장의 저녁이 참 낭만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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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리장 아가씨들과 기념사잔도 한장 찍습니다.

이제 리장에서 소수민족의 전통복을 입은 젋은 사람들은 가게 점원들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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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보니 꽃등불을 띄우는 곳에도 도착합니다.

정말 운치 있습니다.

꽃등불을 파는 아주머니는 아직 결혼을 안 하셨나 봅니다.

저 하얀 띠를 꼬아서 묶으면 결혼을 한 거고. 저렇게 그냥 묶으면 결혼을 안 한 거라고 합니다.

(출처 :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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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딱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호텔을 찾아가는데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ㅠㅠ

대부분 가게들이 비슷한 물건을 팔다보니 그 골목이 그 골목같고.

이 거리가 그 거리 같고... 몸은 피곤해서 천근만근이고...결국 저는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아까 첨에 밥 먹은데서 그냥 한 그릇 더 사먹고 호텔로 돌아갔으면 이 고생 안했을텐데... 이게 무슨 고생이냐부터 시작해서

당신은 피곤한 아내를 위해 그냥 호텔에서 저녁 먹고 쉬자고 할 수는 없었냐. 꼭 이렇게 힘들게 나를 데리고 나와야 했었냐..

하며 분노를 쏟아 냅니다.

남편은 '아까 그 카페에서까진 부인도 좋아하지 않았냐. 그래 모든 게 다 내탓이다." 하며

우리 부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실 남편이 큰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저도 잘 알지만...

넘 피곤하고 힘든데... 짜증낼 곳이 거 밖에 없지 않습니까...ㅠㅠ

 

결국 2시간 가까이를 헤매다가 겨우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아...오늘도 편히 쉬지 못하고 결국 삽질로 마감하고 말았습니다.ㅠㅠ

넘 속상합니다.

 

부디 내일은 고생하지 않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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