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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군대 두번 보낸 이야기 2 : 논산 훈련소 vs 사단 신병교육대

by 어항님 2022. 10. 21.

군대 두번 보낸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시간이 흘러흘러 다시 재입대 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지난번 논산 훈련소는 어차피 애가 정해진 특기도 있어 빡센 일은 안 하겠다 싶어 안심도 되고 자식 첨 군대 보내보는 상황이라 조금 흥분도 되어 내려 가는 길이 비교적 가벼웠더랬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황으로 최전방 신병교육대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침울했어요.
아들도 지난번엔 입대날 새벽까지 퍼드시고 온 관계로 비몽사몽이었는데 이번엔 나름 조신하게 있다 맨정신으로 가다보니 다들 태산같은 걱정을 안고 출발했습니다.

 

두번 군대 보냈는데 둘 다 어찌 이리 비가 오는지...
가는 도중 전날 태풍때문에 입소식이 취소되었다고 드라이브 쓰루 방식으로 용사만 내려주고 가라고 사단에서 직접 전화를 주십니다. 논산보다 뭔가 세심하게 보살핌 받는 느낌....



숯불갈비집이 즐비한 이동을 지나 굽이굽이 고개를 넘으니 나타난 이정표...
이동네엔 군대가 많네요.
남편이가 나온 명문사단 칠성부대 7사단. 그 전엔 7사단이 유명한지 몰랐더랬어요. 이번에 아들때매 공부하다보니 7사단이 역사와 전통이 있는 유명사단이두만요.
9월에 해체되는 이기자 부대 27사단. 훈련이 빡세기로 유명해서 차라리 15사단이 낫다 하두만요.
나무위키에 의하면 15사단은 화천과 철원 일부를 담당하고 있어 화천과 철원 양쪽의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양쪽이 상대지역에 책임을 떠넘기기 해서 그리 가난하답니다.
작년에 걷힌 어마무시한 부동산 세금으로 요즘 초중고엔 돈이 넘치고 넘쳐 감당이 안되는데 그 돈 부대 시설 현대화에 좀 쓰라 하고 싶네요.ㅠㅠ



후기 보니 신병교육대 근처엔 아무것도 없다고 봉오리나 사창리에서 다들 점심 먹고 들어간다고 해서 저희도 그나마 번화(?)한 사창리로 갔습니다.
음뫄야~~ 들어갔는데 계란노른자 모양의 15사단 마크 달고 계신 분들이 식사를 하고 계시두만요.
우리 아들 윗분들이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안녕하세요'하며 꾸벅 인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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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알못인 저와 달리 남편은 쓰윽 보더니 소령(?) 뭐 이런 나름 높은 사람이라고 ..저분들 있는 거 보니 나름 맛집인가 보다 했어요. ㅋ



피자와 돈까스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저런 부대 마크가 계속 나옵니다.
걍 이동네는 가도가도 부대밖에 없어요.
나무위키에 의하면 언젠가 15사단 병사 하나가 너무 힘들어서 탈영을 했는데 가도가도 산이 나와서 포기하고 다시 부대로 돌아갔다던데 그말이 납득이 될 정도로 깊고 깊은 산속에 부대만 끊임없이 나오더만요.


드디어 승리신병교육대 앞입니다.

지난번 논산훈련소는 어마무시한 인파와 차량으로 교통통제하는 사람이 등빨 좋은 사람으로 무표정하게 막 지시하고 그래서 엄청 무섭고 그랬는데 여긴 무슨 백화점 직원마냥 핸섬한 보이가 나보다 더 안타까운 표정으로 용사만 내리게 되어 죄송하다고 하니 몸둘바를 모르겠두만요.
승리부대 위병소 용사는 얼굴보고 뽑나보다 싶었어요. ㅋㅋ

여튼 두장의 A4 용지에는 이번 기수 담당 대위의 인사말과 각종 안내내용이 세심하게 적혀있었어요.

이번엔 배터리 만땅으로 채워 간 아들은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계속 카톡을 하는데 논산이랑 너무 다르다고 실망한 모습을 보여 마음이 참 안 좋았어요.



지난번 논산은 침대였고 생활관 동기들이 대부분 같은 나이고 특기가 정해진 기술행정병들이라 사귀기가 편했나보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엔 침상에 생활관 동기들이 한살 어린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뭔가 많이 어색했나보더라구요. 계속 엄마 말대로 기다렸다가 기술행정병으로 입대할 걸 하며 후회하더라구요.
식사는 논산보다 15사단 승리 신병교육대가 훨씬 맛있었대요. 아들이 먹는데 크게 까다롭진 않습니다.
훈련은 생각보다 빡세진 않았고 멍때리는 시간이 많아서 힘들었대요.

주말마다 전화가 왔었는데 매번 아들이 시무룩하고 계속 같이 있는 동기들이 별로라고 해서 붙임성 좋은 아이인데 군대에선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수료식 때 만난 아들은 역시나 친구도 많고...굉장히 명랑한 모습이라 안심이 되었습니다.

전화할 땐 동기들이 주변에 있다보니 말못하던 상황을 얘기하는데
논산훈련소는 다들 기술행정병이다 보니 생활관 동기들끼리 경쟁도 없고, 5주 훈련기간동안 잘 지내자 하며 사이가 좋았다고 합니다.
사단 신병교육대는 특기가 정해지지 않은 징집병이다 보니 서로 눈치를 엄청 보면서 좀 경쟁구도였나봅니다. 아들 말이 별거 아닌 일인데도 너무 예민하게 구는 애들이 많았고 옆에서 계속 그러니 자기도 짜증이 나더랍니다. 본인이 잘못해서 야단 맞은 일을 가혹행위라며 신병교육대 후기에 작성하는 거 보니 좀 그랬대요.... 청소도 조별로 해야 하는데 다들 안하고... 왜 다들 군대에서 같이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했는지 알겠더랍니다.
얘길 듣고 있으니 학교 선생만 힘든 게 아니라 군대 간부들도 요즘 참 힘들겠다 싶두만요.

세면도구를 다 잃어버렸다고 해서 왜 그걸 잃어버렸냐니 안 갖고 온 애들이 많아서 이름 안 적은 건 다 훔쳐간다고...-_-;;
요즘같이 풍요로운 세상에 .....

아들이 그동안 자기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 속에서 살았는지 알게 되었답니다. 이것만으로도 군대는 보낼만 하군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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