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발리를 떠나며..

2018.8.6 작성

 

어제 난생 처음 지진을 경험했어요.
룸북이 진도 7이라던데 발리는 어느 정도 였을까요??
전 꾸따에 있었어요. 스미냑보다 꾸따가 더 셌다고도 하더라구요.

호텔룸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흔들리더라구요.
'음...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지진이네... '
발리 갈 때 화산은 괜찮은데 지진만 안 일어났음 좋겠다 했는데 지진이라니...ㅠㅠ

 

여튼 금방 그치겠지 했는데 계속 마구마구 흔들립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불속으로 들어가니 곧 그치네요. 쫌 무섭...

밖으로 나옵니다.
투숙객들 하나둘씩 조용히 다 나옵니다.
제가 있던 호텔에선 소리지르고 이런 건 없었어요.

스사사 보니 발리는 지진나면 나와야된다네요.
머리를 감싼다고 되는게 아니구나 깨달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하나둘씩 또 들어가요.
저도 들어가서 수영복 헹궈서 널고 있는데 또 흔들립니다.
아... 왜 자꾸 흔들리는 거야. 여진인가보다...ㅠㅠ

다시 나옵니다.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이젠 무서운지 안 들어갑니다.

그 와중에 배가 고파지기 시작합니다.
호텔 앞 레스토랑에 들어갑니다.

여행지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한국인만 따라 가면 된다던데 고국의 동포분들이 그 레스토랑에서 다 저녁을 드시고 계셨..... 지진맞이 대할인도 없었을텐데...
주변에 동포분들이 많으니 막 안심이 되는....웃프다...ㅠㅠ

똠양 국수가 먹고 싶은데 메뉴에 없어요.
'너 똠양 국수 먹고 싶어?' 하길래 그렇다고 하니 또 흔쾌히 만들어줍니다.

 

그 와중에 넘나 맛있는...
전 태국식 똠양보다 인도네시아 똠양이 더 입에 맛더라구요. 똠양이 이래 시원한 맛이라니...
고향의 맛 다시다를 많이 넣었을까요??

밥 묵고 나서도 여진이 안 나타나서 잠도 오고 다시 룸으로 갑니다.
이젠 룸키가 안 먹힙니다.

 

로비로 가서 얘기하니 지진때매 에러가 났대나 어쨌대나... 하와유 하길래 무서운 밤이라고 했습니다.ㅠㅠ
그래도 니 방은 로비층이라 대피하기 쉬워서 다행이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방에 와서 확인해 보니 가지런하던 물통이 다 떨어져 있네요.

 

 

샤워실 천정에 크랙이 발생해서 뭐가 잔뜩 떨어져 있어요.

다시 자려하는데 트라우마로 자꾸 흔들리는 것 같고... 자다 깨다 반복하며 여튼 잡니다.

다음날 늦잠 계획이었으나 일찍 일어나게 되고...
조식당에서 지인을 만났는데 지인의 방은 고층(?) 이어서인지 양치컵이 다 떨어지고.. 옆방 베란다 천정 다 떨어지고... 제방 수준은 아무것도 아니두만요. 덜덜덜~~~

 

계속 방에만 있기도 아깝고 생전 첨 지진도 겪었겠다 생전 첨 오토바이 택시 타고 스미냑으로 갔어요.

너무나 평화롭습니다.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분위기입니다.

저도 같이 아무일도 없었던 마냥 예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심도 먹고~

 

 

샤핑도 하고...
다시 꾸따로 와서 헐벗고 마사지도 받습니다.

다시 맛집 가서 아사이볼이라는 것도 먹어보고...
원래 아침 메뉴인데 제가 요청하니 또 흔쾌히 만들어줘요.

 

맛있게 먹고 짐 싸서 공항 왔어요.
지진때매 다들 가족들과 오붓하게 집에 있는지 차도 덜 막혀서 일찍 도착했어요.

오늘 발리는 너무나 평온했어요.

그렇다고 마음이 완전히 편안하진 않고...공항 라운지에 앉아 있는데 뚱뚱한 서양인이 왔다 갔다 할때마다 쿵쿵 거려서 '이건 뭐지??' 하는 정도...

발리에 여행을 올지 말지 고민이 많으실거예요.
저도 그렇고 아무도 정답을 말해 주진 못할 것 같아요. 뭐든 자기 책임이죠.

애기 데리고면 더 고민이 될 것 같아요. 어제 애기랑 온 가족분들 보니 멘붕상황이더라구요.

혹여 오신다면 대피 쉬운 낮은 층으로 묵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진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쾌적했던 날씨는 지진보다 더 강한 임팩트가 있긴 했어요.

저는 이제 더운나라로 돌아갑니다.
어제 지진 겪어보니 미치게 더워도 우리나라 좋은나라라는 생각이 들더만요.
발리에 계신 분들 다들 안전한 여행 하시고 무사 귀국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