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그러니깐 10월 중순부터 계획이 되어 있었다...
여행이 끝남과 동시에 다음 여행을 준비하던 나는
남편에게 "다음은 우리 어디갈까?" 물었다.
나는 멕시코에 젤 가고 싶었으나...
이 시기만 해도 아직은 신종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던 시절이라
신종인플루엔자가 맨 처음 발생했던 멕시코는 아직 망설여졌었다.
사실 여름휴가때도 멕시코로 가고 싶었으나
역시 신종인플루엔자때문에 급 수정하여 또다시 유럽으로 갔던 터였다...
(이놈의 멕시코는 여전히 못 가고 있다.ㅠㅠ. )
어쨌든...
모로코도 좀 땡기긴 했는데
남편이 '이집트'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 것이
10월 중순쯤이었다.
10월 초까지만해도 널럴하게 남아있던 터키항공 특가가
아쉽게도 10월 중순을 넘어서자 모두 매진되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대한항공도 비교적 저렴하였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카타르항공도 딱 원하는 날짜는 아니더라도 좌석상황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알이딸리아항공도 좌석이 있긴 했으나 하루가 짧은 일정으로 다녀와야 하고
항공권도 다른 항공사에 비해 좀 비쌌다.
1.
하지만 차일 피일 예약을 미루는 사이
대한항공은 항공료를 올려버리고.
카타르항공도 점점 좌석상황이 나빠져만 갔다.
그러다가.... 두둥....
러시아항공에서 왕복항공료 28만원이라는 경이로운 가격의 특가 항공권을 내 놓았다.
이것을 여행사에서 할인 항공으로 구입하면 왕복 23만원+ tax였다.
다 합해서 왕복 47만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동남아 가는 것보다 더 저렴하였다....
하지만 이것 또한 원하는 날짜에는 좌석 구하기가 어려웠다.
최성수기인12월 24일인가부터 1월 16일까지는 해당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가능한 날짜는 1월 29일밖에 되지 않았다.
둘이 합해서 왕복 항공권가격이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환상적인 가격이라
남편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남편은 너무나 착한 가격이라면서
ok하였다.
"월말인데 괜찮겠어?"
"응, 괜찮아. 그 동안 열심히 해 놓으면 돼, 놓치기엔 너무 아까운 가격이잖아!"
그렇게 해서 11월에 일찌감치 항공권을 구입해 놓았다.
카이로 왕복 항공권을 둘이 합해 1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2
착한 가격으로 러시아항공으로 발권을 해 놓고 나니...
이젠 이 러시아항공이 좀 걸렸다.
예전부터 러시아항공은 워낙에 평이 안 좋은 항공사였다.
에어컨이 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앞 좌석에 고속버스 에어컨구멍 같은 게 달려서 거기서 나온다질 않나...
비행기를 타면 지린내가 진동한다질 않나....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한 두어달동안 여행갈 이집트에 대해서는 연구 안하고
주구창창 러시아항공에 대해서만 인터넷 서핑을 하였다.
3
두어달에 걸친 러시아항공에 대한 연구 결과,
앞좌석 동그란 환풍구에서 에어컨 바람이 나오던 옛 러시아제 일루신 비행기는
더이상 인천-모스크바에서 운항을 하지 않고.
우리에게 익숙한 보잉기가 운항을 하며,
지린내도 더 이상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승무원들은 서비스가 꽝이라 하고,
맥주랑 와인도 돈 주고 사먹어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잦은 연착으로 다음 비행기를 못 타는 일이 가끔 일어나는 것과
수화물이 종종 분실된다는 것이었다.
유럽여행 카페인 '유랑'에서도 러시아항공이었는데 수화물이 오지 않아 여행을 망쳤다는 글이 가끔 올라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수화물을 붙이지 말고 기내에 들고 타자! 였다.
그렇게 나는 점점 이집트 박사가 아닌 러시아항공 박사가 되어 가고 있었다.
4
그런데 1월 중순쯤에 남편이 안 좋은 소식이 있다고 했다.
팀의 후배가 본사에서 부름을 받아 3월까지 한동안 팀 인원이 -1이 되었단다.
그래서 여행간다고 하기가 좀 껄끄럽게 되었다고 했다.
"걘 좀 회사에서 인정받은 모양이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래. 아니 그 놈은 인정받아 좋을지 몰라도 우린 이게 뭐야? 갈 수 있는거지?"
"그러도록 노력해야지!"
5
드디어 기대하던 여행을 떠나기 전날이 되었다.
때는 1월 하고도 28일!
남편은 아직까지 여행이 유동적이라 하였다.
아니 내일 떠나야 하는데....
나는 어쨌든 가방을 쌌다.
수화물로 붙일 캐리어는 이집트에 못 올 수도 있다고 하니 과자랑 라면만 잔뜩 싸고,
네모난 비닐 가방에다가 옷이며 세면도구를 쌌다.
6.
오후가 되어서 남편이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팀에 인원이 한명 없는데다가 실적도 좋지 않아
1월 29일 월말에는 도저히 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되겠다고..
그러면서 나 먼저 떠나고 자기는 다른 비행기로 그 다음날 카이로로 와서
돌아오는 날 같이 러시아항공으로 오면 안 되는지 알아보란다.
항공사에 전화해 보니
"안 된 단 다"
왕복항공권의 경우 갈 때 안 타면 올 때도 못 탄단다.
그러면서 취소할거면 그날중으로 취소하면 tax는 돌려받을 수 있단다.
.
.
.
다시 다음날로 다른 항공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인터넷 카페에서 사람들은 말한다.
"이집트 너무 가고 싶은데 항공권이 없어요... 어떡하면 좋아요?"
이런 씨부렁탱이들.... 항공권은 잘만 있더라.
단지 돈이 더 들어서 그렇지....
'그대들이 진정 이집트에 가고 싶었단 말이더냐? 그대들이 진정 항공권을 알아보긴 했단 말이더냐?'
7. 아시아나 라운지
나는 왜 이리 항공권이 잘만 구해진단 말인가!
팔자다!!!
어쨌든 1월 28일에 나는 1월 30일에 카이로로 떠나는 알이탈리아항공을 발권하였다.
그리고 큰 미련을 남기며 착한가격의 러시아항공을 취소하였다.
내가 또 언제 저런 착하디 착한 가격의 항공권을 구할 수 있을까?
나에게 또 저런 기회가 오긴 할 것인가?
정말이지 미련이 안 남을 수가 없었다.
8. 아름다운 사람 아시아나항공에서 제공해 준 나의 특별석 - 비상구석!!!
남편이 1월 29일 하루 더 일하는 댓가로 우리가 치룬 돈은
자그만치 200만원이 넘었다.
알이딸리아항공은 왕복 항공권이 116만원 가량이었다 *2 = 232만원
(vs. 러시아항공은 47만원*2 = 약 94만원)
미리 예약한 이집트 국내선을 변경하는데 16만원가량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귀국날짜가 일요일로 잡히지 않아 월요일로 잡아서 일단 나갔기때문에
돌아오는 날 항공권을 변경해야 해서 20만원이 또 소요되었다.
9. 아름다운 사람 아시아나항공의 따뜻한 기내식(인천-도쿄)
너무너무 화가 났다...
남편의 잘난 후배 때문에 우리가 치뤄야 할 희생이 너무 컸다.
팀에 한명이 없다는 이유로 남편은 휴가를 내며 회사에서 완전 찍힘을 당해야 했고,
돈은 돈대로 엄청 깨졌다.
그 후배도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해야 해서 와이프랑 대판 싸웠다지만
그래도 그 사람은 회사에서 인정이라도 받았지 않았나...
우린 이게 뭐냔 말인가!
결론은 잘난 후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결코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물론 이건 나의 결론이고, 남편의 결론은 아님을 밝혀둔다.
남편의 결론은... 그 사람이 워낙 말이 없어 알 수가 없다.
10.
여행을 취소할 수도 있었지만...아니 남편을 위해서는 여행을 취소하는 것이 옳았지만
근 3개월이 넘게 이집트만 바라본 나에게 여행취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7년전에도 이집트가려고 항공권을 - 그러고 보니 그 때도 알이탈리아항공이었다.
예약까지 다 해 놓고선 그땐 나의 직장 일때문에 못 갔었다.
다시 이집트 여행을 추진한 게 7년만인데
이번에 못 가면 또 7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서 200만원이 넘는 돈을 더 들여서까지 나는 이집트 여행을 감행했다.
11
꼬랑쥐 글
여행은 돈의 문제도, 시간의 문제도.... 아닌 의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12년이 지난 꼬랑쥐 글
그 때 그 잘나갔던 후배는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급 궁금해졌습니다. 오늘 집에 가서 남편이한테 물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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